폰테크 백해룡 “검찰은 마약게이트 외압 당사자, 합수팀 새로 꾸려야”···동부지검·경찰청과 ‘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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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지검은 14일 언론 공지를 통해 “백 경정은 수사외압·은폐 의혹의 고발인 또는 피해자의 지위”라 “본인이 고발한 사건 등을 ‘셀프 수사’하는 것은 공정성 논란을 야기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백 경정이 파견될 경우 의사를 존중해 기존 합동수사팀과 구분된 별도 수사팀을 구성하되, 인천지검 마약 밀수사건 수사 은폐 의혹 등 백 경정이 피해자가 아닌 사건 수사를 담당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은 2023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일하던 백 경정이 제기했다. 백 경정은 말레이시아 국적 피의자들이 필로폰 74㎏을 밀수한 사건을 수사하다가 “세관 직원이 범행에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는데 경찰·관세청 고위 간부 등 사건을 은폐하려는 윗선의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합수팀에 “성역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 수사하라”며 현재 서울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인 백 경정을 합수팀에 파견하라고 지시했다. 임은정 지검장에게는 “실체적 진실을 철저히 밝히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백 경정은 현 합수팀은 위법하다며 새로운 합수팀을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경정은 지난 13일 “(검·경 합수팀은) 절차적으로 위법하게 꾸려진 불법 단체”라며 “꾸려지는 합수팀에는 합류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형태의 조직으로 합수팀을 새롭게 꾸려야 한다고 본다”며 “동부지검에 파견된다고 합수팀에 들어가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백 경정은 수사외압 의혹을 제기한 뒤 줄곧 검찰이 ‘외압의 당사자 중 하나’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검경 합수팀이 꾸려진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세관 마약 사건을 덮은 세력”이라며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 전반이 이 사건 전반에 연루돼있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동부지검은 윤국권 합수팀장이 2023년 2월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며 수사 무마에 관여했다는 백 경정의 주장에 대해 “(임은정 지검장이) 합수팀장이 해당 사건 수사나 결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라서 일각의 수사팀 교체 주장은 아무 이유가 없고, 이미 4개월 간 방대한 수사가 착실히 진행돼 합수팀장을 교체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백 경정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동부지검의 방침과 경찰청의 인사발령에 모두 반발했다. 백 경정이 공개한 경찰청 공문을 보면 백 경정은 오는 15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합수팀에 파견 명령을 받았다.
백 경정은 “합수단 단장은 마약게이트를 덮어주고 승진한 사람”이라며 “범죄수사 하던 중 외압이 행해지면 그 수사팀·팀장이 외압 당사자여서 수사에서 배제되어야 하는 거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셀프수사는 합수단이 하고 있다. 검찰로 향하는 수사를 원천 차단하는 역할을 합수단이 맡고 있는 것”이라며 이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의 ‘관봉띠 사건’에 빗대기도 했다.
백 경정은 경찰 인사명령도 “아무런 협의 없는 폭거”라고 주장했다. 백 경정은 “(합수팀 파견은) 불법단체 합수단 20명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고, 수사 의지나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는 누군가 4명을 받아 한쪽에 백해룡 수사팀(5명)을 붙여놓겠다는 것” 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직적인 수사 권한을 부여하고 성역없이 지위 고하를 막론해 수사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대통령) 명령은 허망해 보인다”며 자신이 제대로 수사에 나서려면 “수사하려는 사람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과 최소한의 인원(25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백 경정 파견) 대통령 지시에 어긋나지 않겠다 생각해서 결정한 것”이며 “(별도 수사팀 구성은) 백 경정 측 주장과는 무관하며 합수팀 자체 판단에 따른 것으로 수사 공정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추진한 경찰 조직 개편 결과 국제 수사와 외국인 범죄를 담당하는 외사 경찰 인력이 1000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한국인을 상대로 한 납치·감금 등 범죄피해 신고가 잇따르면서 경찰의 국제범죄 대응력에 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23년 윤석열 정부 첫 경찰 수장인 윤희근 당시 경찰청장은 조직 개편 중 하나로 경찰의 외사 기능을 대폭 축소했다. 당시 경찰의 외사 기능 정원은 총 1100명(경찰청 73명, 시·도경찰청 1027명)이었는데 조직 개편 후에는 외사국에서 이름이 바뀐 경찰청 국제협력관실 인력 49명만 남았다.
외사 인력을 줄이는 대신 정보 수집은 치안정보국이, 방첩·대테러 등은 안보국이 맡았다. 국제협력관실은 국가수사본부가 아닌 경찰청 소속으로 남아 국제 공조 업무를 맡았다.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부서는 없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13일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런 지적을 받자 “(캄보디아 사건이)외사 기능 축소와 관련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신을 인도받거나 수사 기록을 공유받지 못한 이유는 “캄보디아와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외사 업무를 오랫동안 맡았던 경찰관 A씨는 14일 기자와 통화에서 “외사 기능의 손발을 다 잘라놓아서 지금은 나설 수 있는 사람도 부족하고 현지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해 조치가 늦고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직 개편 이후 국제 범죄는 전담부서 없이 여러 수사부서가 나눠서 맡고 있다. 그런데 해외에서 벌어진 사건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수사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라고 한다. 특히 보이스피싱 등 다중 피해 사기 범죄는 해외를 근거지로 삼은 경우가 많아 전담 부서 없이는 손대기 쉽지 않다.
A씨는 “‘손발’ 역할을 할 수사 인력이 없으니 해외에서 대놓고 범죄가 벌어져도 대응이 안되고, 한국에서 현금 전달책만 잡다 보니 해결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필리핀·태국 등에서 청부 살인 등 강력범죄가 벌어지면 국제범죄수사대 등 외사 수사 전담팀이 뛰어들었다. 경찰청의 공조 업무와 현장에서 뛰는 수사관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했다. 당시 경찰 수사관들은 국내에서 찾은 단서를 현지 기관과 공유했고, 협의를 통해 현지에서 직접 수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국제범죄 수사팀은 현재 마약수사대 산하 국제범죄수사계 정도만 운영 중이다.
국제범죄수사대에서 근무했던 경찰관 B씨는 “한국 수사관들이 찾아오고 적극적으로 나서면 현지 수사 기관의 반응이 달라진다. 그렇지 않으면 현지 기관은 외국인 사건이라 큰 관심이 없다”며 “현지 기관과 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평소 이를 전담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B씨처럼 국제범죄수사대에서 일했던 경찰관 C씨도 “국제 교류가 보편화한 시대에 당연히 국제 범죄도 보편화한다”며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해외에서 벌어진 일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 외사 기능을 강화했어야 할 때 오히려 조직을 축소해 놓으면서 우리 국민을 방치하는 결과가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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